특히 2015년, 작가가 왕성히 활동하던 시기에 예술의전당과 씨씨오씨가 한가람미술관에서 개최한 <페르난도 보테로전> 이후 11년 만에 다시 협력하여 선보이는 자리로, 국내 관람객에게 그의 작품 세계를 재조명할 수 있는 뜻깊은 계기를 제공한다. 당시 전시가 대중적 호응과 학술적 성과를 동시에 이끌어 낸 바 있는 만큼, 이번 전시는 그 연장선에서 보다 확장된 시각과 깊이를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이번 전시는 보테로의 딸이자 페르난도 보테로 재단 공동대표인 리나 보테로와, 오랜 기간 작가 연구를 해 온 크리스티나 카리요 데 알보르노스가 공동 기획하였으며, 이탈리아 로마, 스페인 바르셀로나, 아제르바이잔 바쿠를 거쳐 대한민국 서울에서 그 여정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는 보테로 예술의 국제적 위상과 지속적인 영향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서울에서 그 정점을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1970년대 이후 보테로의 양식이 확립된 시기부터 말년에 이르는 작업을 중심으로 구성되는 전시는 유화, 드로잉, 조각 등 다양한 매체에 걸친 총 112점의 작품을 통해 약 60년에 이르는 그의 예술적 여정을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이 과정에서 관람객은 보테로가 구축한 독창적인 조형 언어의 형성과 발전을 따라가며, 현대 미술사 속에서 그의 예술이 지니는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발견하게 될 것이다.
페르난도 보테로가 창안한 대표적인 기념비적 양식 ‘보테리즘(Boterismo)’은 과장되고 풍만한 비례를 특징으로 하며, 인물, 동물, 정물, 과일, 나아가 풍경의 요소에 이르기까지 모든 대상을 동일한 방식—풍요로움과 평정 속에서, 마치 시간 속에 정지된 듯한 상태—으로 다룬다. 20세기 현대미술에서 가장 독창적인 표현 양식 중 하나로 평가받는 그의 양식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받았으며, 그를 결국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거장이자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한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그의 팽창된 형태는 단순한 왜곡이 아니라 감각성과 유머, 아이러니를 동반하며 대상에 기념비적 성격을 부여한다.
그의 예술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특히 콰트로첸토(원근법과 인체 비례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바탕으로, 고전 고대의 이상미를 부활시키며 르네상스 미술의 기초를 확립한 이탈리아 15세기 미술) 전통을 기반으로 하며, 1950년대 이탈리아 체류 경험을 계기로 ‘양감(volume)’에 대한 탐구를 본격화하였다. 그는 이를 단순한 형태적 요소를 넘어 감각성과 관능성을 전달하는 조형적 표현으로 확장시켰다.
한편, 고향 콜롬비아의 기억과 라틴 아메리카의 정서는 그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중요한 기반으로 작용한다. 보테로는 지역적 정체성과 르네상스의 보편적 조형 원리를 결합함으로써, 고전성과 현대성, 지역성과 보편성이 공존하는 독자적인 미학을 완성했다.
보테로 재단이 엄선한 작품 112점은 변주(Versions), 라틴 아메리카(Latin America), 종교(Religion), 투우(Bullfight), 정물(Still Life), 서커스(Circus) 등 총 여섯 섹션으로 구분하여 전시된다. 보테로는 인물, 정물, 종교, 투우, 서커스, 그리고 고전 거장에 대한 오마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전통적 장르에 대한 일관된 탐구를 지속하며, 고전적 형식과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다. 이 같은 조형적 탐구는 유화, 수채화, 파스텔, 목탄, 생그윈(붉은 갈색 안료), 청동 및 대리석 조각 등 다양한 전통 매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과정에서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
이번 전시는 보테로의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평일 하루 2회(11시, 13시) 진행되는 무료 전시 해설과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주요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며, 어린이 대상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전시 입장권은 예술의전당 홈페이지와 NOL티켓, 네이버, 카카오톡 예약하기에서 구매할 수 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