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열전 20주년을 기념해 관객들이 직접 다시 보고 싶은 작품으로 선정한 연극 <렁스(Lungs)>가 지난 5월 23일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세 번째 시즌의 막을 올렸다.
5년 만에 돌아온 이번 시즌은 개막 직후부터 예매처와 SNS를 중심으로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지며 작품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입증하고 있다. 특히 화려한 무대 장치 없이 배우의 연기와 대사만으로 관객의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독특한 연극적 경험이 높은 만족도를 얻고 있다.
개막 직후 <렁스>를 향한 관객들의 반응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무대의 미니멀리즘'이 주는 해방감과 몰입도다.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무대가 비어 있는데 오히려 더 많은 풍경이 보인다", "무대 장치가 거의 없는데도 집중력이 전혀 떨어지지 않는다", "연극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지켜본 것 같다" 등 무대 장치 등의 외적인 미장센을 과감하게 덜어내고 오직 배우의 호흡만으로 시공간을 창조해내는 연출 방식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특히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특유의 반원형 구조를 적극 활용한 원형 무대와, 시간의 축을 감각적으로 시각화한 조명의 변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두 남녀의 수십 년 세월을 함께 통과하는 듯한 환상적인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는 평가다.
<렁스>는 '83억 인구의 지구에서 아이를 낳는 것이 옳은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으로 포문을 연다. 작품은 환경파괴, 기후 위기 같은 거대 담론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동시대를 살아가는 청춘들의 사랑과 이별, 임신과 유산, 노년과 죽음이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현실적인 대화 속에 세련되게 녹여냈다.
이러한 반전 매력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리뷰 중에는 "환경극인 줄만 알았는데 결국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 예상 밖이었다", "사랑과 이별, 상처와 회복, 임신과 출산, 육아와 죽음까지 한 인간의 삶을 이루는 모든 순간이 작품 안에 담겨 있다" 등 잔인할 만큼 솔직하고 유머러스한 대사들이 주는 여운에 대한 호평이 지배적이다. 모든 불안과 고민을 지나 결국 '사랑'이라는 메시지로 귀결되며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나 자신과 소중한 사람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렁스>는 오직 두 배우의 숨결과 대사만으로 수십 년의 시간을 가로질러야 하는 작품이다. 이번 시즌에는 임주환, 박성훈, 김경남, 정운선, 전소민, 신윤지가 출연해 각자의 개성과 해석으로 서로 다른 결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저마다의 호흡과 감정선으로 각기 다른 사랑의 풍경을 완성해내는 여섯 배우의 열연은 관객들에게 매 회차 새로운 <렁스>를 선사하고 있다. 단 95분 만에 한 커플의 일생을 밀도 있게 직조해내는 동시에, 숨 막힐 만큼 현실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이야기를 무대 위에 펼쳐낸다.
탄소발자국보다 더 선명한 흔적을 남기는 '사랑'과 '인생'의 가치를 마주하게 하는 연극 <렁스>는 오는 8월 2일까지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에서 공연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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