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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나타난 부처

<깨달음으로 이끄는 부처, 안동 봉정사 괘불> 국립중앙박물관 | 2026년 05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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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은 2026년 부처님 오신 날을 기념하여 경상북도 안동시 봉정사 소장 보물 <안동 봉정사 영산회 괘불도>(이하 <봉정사 괘불>)를 소개하는 “깨달음으로 이끄는 부처, 안동 봉정사 괘불”(26.4.7.~6.21.)을 개최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괘불전은 사찰에 소장된 괘불의 역사·문화·예술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2006년부터 이어져 온 전시로 올해로 스무 번째를 맞는다.


영산회상의 상징성을 담은 대형 불화

괘불은 부처님 오신 날과 같은 특별한 날, 야외 의식에서 거는 대형 불화로 평소에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작품이다. <봉정사 괘불>은 1710년(숙종 36) 제작되었으며 높이 821.6cm, 폭 620.1cm에 달하는 대작이다. 비단 16폭을 옆으로 이어 만든 화폭에는 석가모니 부처가 인도 영취산에서 가장 뛰어난 가르침을 펼친 영산회상 장면이 담겨 있다. 커다란 화면에는 부처를 중심으로 여덟 보살과 열 명의 제자를 좌우 대칭으로 비중 있게 구성하여 영산회상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전통 채색 기법 ‘바림’과 금박 ‘만卍’자로 구현한 생동감

부처와 보살, 제자들의 얼굴에는 전통 채색 기법인 바림을 활용해 분홍빛 홍조를 더했다. 부처 얼굴의 경우 붉은색 안료로 먼저 바림을 한 뒤, 황색 바탕의 피부색을 균일하게 칠하여 양감을 표현했다. 이처럼 바림은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효과를 주고 있어 마치 살아 있는 부처를 실제로 마주한 듯한 생동감을 구현했다.

또한 부처의 가슴에는 금속 특유의 광택을 활용한 금박의 ‘만卍’자 문양을 부착해 평면적인 화면에 입체적 효과를 더하였다. 이러한 표현은 괘불의 장엄함을 극대화하는 장치로 <봉정사 괘불>에서만 확인되는 독창적인 요소이다.


18세기 경상북도 북부 화승 집단의 활동 조명

괘불 제작에는 도문, 설잠, 승순, 계순, 해영, 종열, 성은 등 7명의 화승이 참여했다. 특히 도문을 비롯한 일부는 의성 고운사 <아미타회상도>(1701), 보물 예천 용문사 <천불도>와 <팔상도>(1709) 제작에도 참여하고 있어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초반까지 경상북도 북부지역을 거점으로 활발히 활동한 화승 집단의 존재를 보여준다. <봉정사 괘불>은 현재까지 확인된 도문의 마지막 불화 작품으로 그의 화풍과 예술적 역량이 집약된 대표작으로 평가된다. 이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조선 후기 화승들의 활동을 조명하는 데에도 중요한 자료로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


다양한 계층이 참여한 불사의 기록

화면 하단의 화기에는 <봉정사 괘불>의 조성 과정과 참여 인물, 후원 양상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으며 총 166명이 불사에 동참하고 있다. 화기에 의하면 불사 참여자는 신분의 높고 낮음, 남성과 여성, 일반 신도와 승려를 아우르는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당시 불교 신앙의 폭넓은 사회적 기반을 잘 보여준다. 특히 여성 후원자인 ‘명월사당 묘정’의 존재가 눈길을 끈다. 경성에 거주한 묘정은 먼 거리에 위치한 안동 봉정사의 불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묘정의 불사 후원은 경상북도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활약하는 화승 도문 일행의 활동과도 맞물려 있다. <봉정사 괘불>은 특정 화승 집단과 이들을 후원하는 시주 계층의 유기적인 관계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불교사와 불교미술사 연구에 있어 큰 의의를 지닌다.


300년을 넘어 전하는 깨달음의 메시지

300여 년 전, 봉정사 대웅전 앞마당에 괘불이 걸렸을 때, 영산회상 장면을 직접 마주한 사람들은 눈앞에 나타난 부처를 바라보며 깨달음에 이르기를 염원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에 펼쳐지는 <봉정사 괘불>을 감상하며 부처의 가르침을 함께 나누며 공감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기를 바란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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