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연극계가 주목하는 극작가 모건 로이드 말콤(Morgan Lloyd Malcolm)의 대표작, 연극 <THE WASP(말벌)>이 2026 세종시즌 작품으로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다. <THE WASP(말벌)>은 20년 만에 재회한 두 고교 동창생 '헤더'와 '카알라'의 이야기를 다룬 2인극이다. 작품은 가해자와 피해자의 단순한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 인간 내면에 깊게 뿌리내린 트라우마와 사회적 계급 격차가 인간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정교하게 파헤친 심리 스릴러이다.
2015년 영국 런던 햄스테드 극장(Hampstead Theatre)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개막과 동시에 평단과 관객의 폭발적인 반응을 끌어내며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이러한 흥행에 힘입어 같은 해 런던 웨스트엔드의 트라팔가 스튜디오(Trafalgar Studios)로 무대를 옮기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입증했다.
작품은 고등학교 졸업 후 20년 동안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여인, 헤더와 카알라의 우연한 재회에서 시작된다. 부유하고 우아한 중산층의 삶을 살고 있지만 아이를 갖지 못해 내면이 무너져가는 헤더, 그리고 잦은 임신과 빈곤의 굴레 속에서 거친 생존을 이어가는 카알라. 겉보기에 평범한 고교 동창의 만남 같던 이들의 시간은, 거액을 대가로 자신의 남편을 살해해 달라는 헤더의 충격적인 제안과 함께 예측할 수 없는 서스펜스의 소용돌이로 빠져든다.
단순한 치정극처럼 시작된 이야기는 극이 진행될수록 학교 폭력의 기억,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 그리고 계급 갈등이 뒤엉키며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두 인물의 대사만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가운데, 관객은 과거 학창 시절 이들 사이에 존재했던 지독한 폭력의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후반부로 갈수록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권력관계의 역전과 예상치 못한 반전은 "과연 이 비극의 진짜 가해자는 누구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며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원작자 모건 로이드 말콤은 "여성으로 '마땅히 그래야 한다'라고 교육받은 통념적인 여성상을 비틀고 싶었다"라고 밝히며, "그동안 충분히 조명되지 않았던 '여성 간의 폭력'을 다루되, 여성 배우들이 깊이 몰입하여 연기 할 수 있는 입체적이고 복잡한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라고 작품의 집필 의도를 말했다.
2026 세종시즌으로 함께하는 이번 연극 <THE WASP(말벌)>은 오는 3월 8일부터 4월 26일까지 세종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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