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갤러리는 3월 19일부터 5월 15일까지 김강용, 이헌정 작가의 전시 <모래와 흙>을 개최한다. 본 전시는 김강용과 이헌정, 두 작가가 오랜 시간 다루어온 ʻ모래’와 ʻ흙’이라는 재료의 물성에 주목한다. 모래와 흙은 대지에서 비롯된 가장 근원적인 물질이자, 인류 문명과 조형 예술의 출발점이 되어온 재료이다. 두 작가는 이 원초적 재료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탐구하며 사유해왔다. 반복과 축적의 수행적 과정, 그리고 형식의 현대적 변주와 확장을 통해 동일한 결의 물성을 서로 다른 미학적 영역으로 구축하고 있다.
김강용 작가는 하나의 대상을 면밀히 탐구하며 전체적 본질을 응축하여 형상화한다. 그는 ʻ모래’라는 단일한 재료와 ʻ벽돌’의 이미지를 중심으로 점·선·면의 치밀한 반복적 조형성을 전개하며 실재와 재현, 존재와 인식의 경계를 질문한다. 한국 극사실회화의 대표 작가인 그는 1980년대 산업화 시기의 환경 속에서 흔히 보이던 벽돌을 시각적 매개로 사회의 문제와 현실을 담아내는 것에 중점을 두었으나, 최근의 작품은 점차 구체적 맥락을 넘어 회화의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 수많은 모래알로 이루어진 화면은 섬세한 촉각적 존재감을 드러내며 선과 면을 구성하고, 평면 위에 그려진 육면체의 그림자는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인식의 장으로 전환된다. 그의 최근 작품은 극사실회화의 범주를 넘어서 조형 예술의 본질을 사유하는 개념적 차원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헌정 작가는 흙이라는 재료가 지닌 가변성과 생명성에 주목해왔다. 그는 도예를 기반으로 조각, 가구, 설치, 회화 등 다양한 형식과 스케일을 넘나들며 재료의 가능성을 확장한다. 그에게 흙은 단순히 형태를 만들어내는 재료를 넘어 끊임없이 변화하고 반응하는 물질에 가깝다. 손의 움직임과 흙의 물성이 맞물리고, 물과 불이라는 원소적 과정이 더해지며 형성되는 그의 작품은 완결된 형상이라기보다 생성과 흐름의 상태로 보인다. <섬>이라 불리는 스툴 작품은 소성된 흙의 단단한 물성과 대비되는 유기적인 형태로, 마치 우주의 물질이나 심해의 생명체를 연상시키며 낯설면서도 친근한 감각을 만들어낸다. 기능과 조형, 물질과 공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흙이라는 원초적 재료를 자신만의 조형 언어로 재해석하여 현대적 감각 속에서 새롭게 인식하게 한다.
두 작가의 조형적 접근 방식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 김강용 작가가 하나의 대상을 집요하게 탐구하며 그 안에서 전체의 이치를 읽어낸다면, 이헌정 작가는 하나의 이치에 다가가기 위해 다층적인 관점과 형식을 넘나들며 탐구와 실험을 지속한다. 본 전시는 하나에서 전체로 확장되는 인식과, 전체에서 하나로 수렴하는 관점이 모래와 흙의 연결된 물성 안에서 공명하는 지점을 제시한다. 집중과 확산, 견고함과 유연함이라는 대비 속에서 관람자는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재료가 지닌 감각적 층위와, 그 물질을 동시대의 조형 언어로 새롭게 전환하는 두 작가의 사유 방식을 함께 마주하게 될 것이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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