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접한 세계>는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대규모 아랍에미리트 현대미술전으로, 아랍에미리트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40여 명(팀)의 작품 110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활동한 3세대 작가들의 회화, 영상,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아랍에미리트 현대미술의 발전을 심층적으로 탐구한다.
전시는 총 3개의 섹션으로 이루어지며, 서울시립미술관과 ADMAF의 공동 기획자 이외에도 총 세 명(팀)의 게스트 큐레이터가 작가이자 섹션별 기획자로 참여한다. 이들은 각기 다른 관점을 제시하며, 한국과 아랍에미리트의 지역성과 글로벌 정체성 간의 긴장을 탐색하고, 세계화된 동시대 사회의 복잡성과 유동성을 짚어낸다. 이를 통해 전시의 깊이와 다양성을 더하고, 서로 다른 문화와 시대적 배경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섹션 1 <회전의 장소>는 파라 알 카시미(Farah Al Qasimi)가 제안하는 ‘심장 공간(heartspace)’ 개념을 중심으로 익숙한 일상의 변형을 탐구한다. 파라 알 카시미는 1990–2000년대 걸프 대중문화의 미학을 통해 익숙한 일상을 낯선 무대로 전환시키는 방식을 선보인다. 집처럼 꾸며진 공간에서 내면세계와 급변하는 외부 세계가 충돌하며 발생하는 섬뜩함을 드러낸다. 참여작가들은 빠르게 변하는 환경 속에서 신화·몽상·스토리텔링을 조합해 자아와 집의 의미를 새롭게 구성하며, 말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능동적 예술적 대응을 시도한다.
섹션 2 <지형이 아닌, 거리를 기록하기>는 모하메드 카짐(Mohammed Kazem)과 크리스티아나 데 마르키(Cristiana De Machi)가 기획한 섹션으로 ‘통제로서의 지도’가 아닌, 관계와 권력으로 형성되는 공간의 의미를 재조명한다. 이들은 ‘누가 영토를 명명할 권한을 갖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실제 지형이 아닌 사람 간의 감정적·정치적·심리적 간극을 기록한다. 1990년대 아랍에미리트의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는 과정을 직접 겪은 두 큐레이터는 노동, 이주 노동자 등 사회적 계층의 흔적을 관찰하며 보이지 않는 권력 구조를 드러낸다. 참여 작가들은 언어의 번역과 이주 서사를 통해 공간의 유동성을 탐구하며, 공간에 새겨진 권력과 역사를 누가 어떻게 기록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섹션 3 <그것, 양서류>는 아티스트 트리오 RRH (Artist Trio RRH), 라민 하에리자데(Ramin Haerizadeh), 로크니 하에리자데(Rokni Haerizadeh), 헤삼 라흐마니안(Hesam Rahmanian)이 기획하여, 작업실이자 생활 공간인 ‘집’을 창작의 중심으로 삼아 끊임없이 진화하는 예술세계를 선보인다. 이들은 아랍에미리트 건국 50주년 이후의 흐름에 주목하며, 삶과 예술이 뒤섞인 에미리트 예술 공동체의 혼종성과 제도 안팎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립적인 ‘양서류적’ 실천을 탐구한다. 또한, 넬슨 굿맨(Nelson Goodman)의 질문 “언제 무엇이 예술이 되는가?”를 바탕으로, 예술이 살아 있는 탐구 방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을 조명한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서울시립미술관은 아부다비 음악예술재단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근접한 세계>전을 선보이게 된 것을 매우 뜻깊게 생각한다.”며, “이번 전시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아랍에미리트 현대미술 전시 중 가장 큰 규모로, ‘근접한 세계’라는 전시 제목이 시사하듯이, 서로 다른 문화권이지만 동시에 동양 문화권에 속하는 두 국가가 문화적·지리적 경계를 초월하여 예술적 연결의 가치를 탐색하고 미래의 발전 방향을 함께 모색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러한 교류를 통해 양국 예술계에 새로운 통찰과 영감을 불어넣고, 서울이 국제 예술 담론의 허브로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