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는 총 4개의 파트(“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먼저 온 미래”)로 구성된다. 윤동주, 구상, 박봉우가 1940~50년대 현실에 대한 저항과 극복 의지를 담아 쓴 시를 작품과 함께 구성하여, 시대적 울림에 깊이 공감하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였다.
파트 1.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윤동주, 「서시」)에서는 광복이 오기까지 3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우리 민족이 겪은 수난과 독립운동을 조명한다. 미해결된 식민지 잔재 청산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은 손장섭의 작품, 강순애 할머니의 비극적 개인사를 매개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풀어낸 김인순의 작품, 군함도 강제 징용 노동자들의 처참한 삶과 죽음을 다룬 김정헌의 작품, 마지막으로 1919년 일본에 대한 영원한 혈전을 결의한 조선청년독립당의 「2.8 독립선언서」를 현대 국제 사회의 맥락으로 확장한 히카루 후지이(藤井光)의 작품을 전시한다.
파트 2. “방아쇠를 당기던 우리의 그 손으로”(구상, 「초토의 시·8 - 적군묘지 앞에서」)에서는 한 민족이 이념을 이유로 서로에게 총구를 겨눈 6.25 전쟁이 남긴 비극을 다룬다. 6.25 전쟁으로 인해 아버지를 잃은 상실감을 예술로 승화한 권순철과 이데올로기의 대립 속에서 불안한 시대를 보낸 경험이 반영된 송창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파트 3.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박봉우, 「휴전선」)에서는 현재까지도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분단상황에 대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여 풀어낸 작품들을 살펴본다. 통일에 대한 간절한 염원을 담은 손장섭과 신학철의 회화, 탈북민과 실향민의 개인적 서사를 풀어낸 신미정과 임흥순의 영상, 휴전상황에서 초래된 한반도의 여러 사회적·정치적 문제에 대하여 비판적으로 접근한 노순택, 노재운, 류인, 이용백, 함경아의 작품, 마지막으로 1990년대 비무장지대 문화운동을 주도하며 행동한 이반의 예술 포스터 판화 작품을 포함한다.
파트 4. “먼저 온 미래”에서는 정치적, 이념적인 대립을 넘어서는 예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먼저 온 미래”는 탈북민들이 통일을 염원하며 자기 자신을 지칭하는 용어로, 이번 파트에 전시된 전소정 작품의 제목이기도 하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계기로 제작된 작품이지만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확장될 수 있는 반핵, 반전,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담은 이응노의 한국화, 빛나는 하나의 한반도를 이루고자 하는 염원을 조각에 투영한 박희선의 조각, 남북한의 풍경을 한 폭의 산수화에 그려낸 이세현의 회화, 남한과 북한의 두 피아니스트가 함께 음악을 작곡하는 미래를 현재로 당겨온 전소정의 작품을 통해 화합과 평화가 도래한 세상을 기대해 본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 전시를 통해 근현대사의 거대 담론에서 부각되지 않았던 사회, 정치, 역사적인 맥락과 개인의 서사를 살펴봄으로써 시대적 상황에 더 깊이 공감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광복의 가치를 되새기고자 한다.”며 “전시가 평화와 화해의 미래를 여는 서시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