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근 작가는 광목 위에 수묵담채를 구사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을 일군 화가로 전통 수묵화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개성적인 조형 실험을 거듭하고 있다. 그는 실경산수에 뿌리를 두고 자연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수묵화로 출발했지만, 화선지 대신 ‘광목’을 끌어들이는 실험 정신으로 광목의 독특한 재질감을 살리면서 독자적인 경지를 이룩했다. 그는 약 36년간 교직에 몸담고 후학들을 가르쳤다. 퇴직 후 그는 경북 청도의 비슬산 자락에 자리를 잡고 기거한다. 그곳의 주변 경관은 맑은 물이 졸졸 흐르고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계절의 순환을 느끼며, 오염되지 않는 자연의 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즉, 자연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감으로써 조홍근 작가는 자신만의 감성으로 자연을 접하며, 변화무상한 순간순간 자연의 오묘한 변화와 질서를 화폭에 담아내며 인생 제2막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다. 어느새 50여 년의 예술 인생을 살아온 조홍근 작가는 대학 재학 중이던 1975년 ‘국전 입선’이라는 큰 성과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23회의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 및 심사‧운영위원, 신라미술대전 종합심사 위원장, 대구미술관 평가위원, 고금미술연구회 운영위원, 한국미협, 묵의회, 대구원로화가회 등에 활동하며, 우리나라의 미술 발전을 위해 정진하고 있다. 현재 그의 작품은 청와대, 국회의사당, 중앙선관위 등 다수 정부 기관과 단체에 소장되어 있다.
자연의 숨결로 호흡하며 화폭에 진솔하게 담아내
쫓고 쫓기는 일상에서 사람들은 스스로 청량감을 잃고 급급하게 살아간다. 청도에서 그는 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고르며, 이제 한 박자 쉬면서 온전한 나와의 만남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에 그는 땅과 바람과 자연의 숨결로 호흡하며 이를 오롯이 화폭에 진솔하게 담아낸다.
“근래 들어 저는 자연 친화적인 생활을 하고 있기에 무위 자연적 작품을 하게 됨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나 자신이 자연의 일부이기에 이젠 관찰과 파악이 아닌 고요한 마음으로 관조합니다. 나만의 느낌으로 자연을 접하고 내 몸을 자연 속에 넣을 수는 없지만, 자연이 저에게 주는 감흥을 화폭에 담아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조홍근 작가는 1980년대부터 즐겨 다뤄온 광목을 바탕으로 수묵과 아크릴 물감 등을 재료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 즉, 광목천 위에 석채, 분채, 아크릴 물감 등을 사용하여 작품의 질감과 깊이를 더해나가는 광목 화법은 조홍근 작가가 국내 최초로 시도 및 발전시켜 그 의미를 더할 뿐만 아니라 여전히 자신의 작품 세계를 심화하는 작업에 몰두하며, 많은 이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 앞으로도 조홍근 작가는 현장 스케치 작업을 바탕으로 자연의 물성을 순수하게 표현하고자 하며, 담백한 색채를 통해 계절의 순환에서 느끼는 기와 운을 담아냄으로써 누구나 편하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예술도 삶도 결국 참을 추구하는 것
“예술은 참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삶도 참을 추구하는 것이죠. 그런데 요즘 세인들은 한마디의 말도 참 쉽게 내뱉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저는 한마디의 말이라도 깊이 생각하고 책임감 있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으로부터 시작되는 게 바로 삶이고, 작품 역시 참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러하기에 저는 무엇보다도 참을 섬기며 실천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래야만 작품도 진실해집니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속 정원에 나무를 심고 자양분을 주며 아직은 부단히 더 가꾸고 싶다고 밝힌 조홍근 작가. 마지막으로 조홍근 작가는 “아무래도 상당수 후배들이 먹고사는 문제에 직면하다 보니 작품활동에 전념하지 못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그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만 비로소 작가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 저 역시 낮에는 교직에 몸담으면서 밤에는 보름간 잠을 자지 않으며 작품에 몰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의지 있는 후배들이 많음으로써 우리의 미술계가 활성화되고 발전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