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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치의 장벽을 허문 골든글로브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 2020년 0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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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6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벌리힐스의 베벌리 힐튼호텔에서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하 ‘골든글로브’)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골든글로브는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시상식으로, ‘아카데미상’과 더불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양대 영화상으로 꼽힌다. 이날 골든글로브 최고의 영예인 영화 부문 작품상에는 ‘1917’과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가 선정됐고, 감독상으로는 ‘1917’의 샘 멘데스 감독이 호명됐다. 이와 함께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며 한국영화의 높아진 위상을 전 세계에 알렸다.
호아킨 피닉스의 수상이 유력시됐던 남우주연상은 예상대로
‘조커’의 호아킨 피닉스와 ‘로켓맨’의 태런 에저튼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여우주연상에는 할리우드 여배우 주디 갈란드로 완벽하게 변신한 ‘주디’의 르네 젤위거와 중국의 가족 이야기를 다룬 ‘더 페어웰’의 이콰피나가 골든글로브의 선택을 받았다. 이외에도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의 브래드 피트, ‘결혼 이야기’의 로라 던이 조연상을 수상했고, 음악상에는 ‘조커’, 애니메이션상은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가 차지했다.
이번 골든글로브의 백미는 단연 ‘기생충’의 외국어 영화상 수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생충'은 최우수 외국어 영화상(베스트 모션 픽처-포린 랭귀지) 부문에서 스페인 출신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페인 앤 글로리'는 물론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프랑스), '더 페어웰'(중국계·미국), '레미제라블'(프랑스) 등 쟁쟁한 작품들과의 치열한 각축전 속에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틀어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골든글로브상을 수상한 것은 '기생충'이 최초이며, 후보 지명 자체도 처음 있는 일이다.
봉준호 감독은 이날 “놀라운 일이다. 믿을 수 없다. 나는 외국어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어서 통역이 이 자리에 함께 했다”며 “자막의 장벽, 사실 장벽도 아닌 1인치 정도 되는 문턱을 뛰어넘으면 여러분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오늘 함께 후보에 오른 페드로 알모도바르를 비롯한 멋진 세계 영화 감독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영광스럽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바로 영화다”라고 말했다.
‘기생충’은 이제 골든글로브를 넘어 ‘오스카’로 불리는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도 초대된 상황이다. ‘기생충’은 국제영화상 부문을 비롯해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미술상 등 모두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오스카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는지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특히 아카데미의 최근 경향도 ‘기생충’의 수상 가능성을 예상케 하는 대목 중 하나다. ‘백인 남성’ 중심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아카데미는 최근 몇 년 사이 여성 및 유색 인종 신규 회원을 대거 늘리는 등 다양성에 많은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영화인들도 지난 2015년 이후 신규 회원으로 위촉하기 시작해 임권택, 봉준호, 박찬욱, 이창동, 김기덕, 홍상수, 임순례, 송강호, 최민식, 이병헌, 배두나, 하정우, 조진웅, 김민희 등 약 30여 명의 회원이 위촉된 상태다.
그렇다면 ‘기생충’은 아카데미에서 과연 어떤 상을 받을 수 있을까. 역시나 가장 수상 가능성이 높은 부문으로 국제영화상이 거론되고 있다. ‘기생충’은 이미 미국 양대 영화상인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였기 때문에 큰 이변이 없는 한 아카데미에서도 국제영화상 부문 수상이 유력시되고 있다. 감독상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을 앞두고 펼쳐진 한 파티 현장에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명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봉준호 감독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기생충은 놀라운 영화’라고 말하며 경의를 표한 바 있다. 이렇듯 현재 ‘기생충’에 대한 미국 현지에서의 반응이 굉장한 수준이기 때문에 봉준호 감독의 감독상 수상 역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평이다. 골든글로브 수상에 이어 아카데미에서도 ‘기생충’이 낭보를 들려주기를 기대해본다. 한편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오는 2월 9일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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