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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래지 않는 고전의 영속성

연극 <반야 아재>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2026년 05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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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은 러시아 문학 황금시대의 마지막을 장식한 ‘황혼의 작가’ 안톤 체호프의 전설적인 희곡 『바냐 아저씨』에 한국적 변주를 더해 <반야 아재>(작 안톤 체호프, 번안·연출 조광화)를 탄생시킨다. <반야 아재>는 삶의 부조리와 인간의 운명을 애잔하면서도 경쾌한 희극성으로 담아낸 19세기 원작이 21세기 인류 삶의 실체를 비춰내는, 바래지 않는 고전의 영속성을 담아낸 작품으로 관객 곁에 설 예정이다. 

<반야 아재>에서 죽은 누이의 남편, 매형을 위해 평생을 헌신했으나 그가 무능한 지식인임을 깨닫고 자신의 일생이 전부 부정당했다는 무력감에 휩싸이는 주인공이자, 그럼에도 권태와 욕망의 씁쓸한 현실을 삼켜내는 ‘박이보(바냐)’ 역에는 배우 조성하가 발탁됐다.

1990년 뮤지컬 <캣츠>로 데뷔한 조성하는 대한민국의 평범한 소시민, 묵직하고 차분한 사극, 사이비 종교 교주, 양아치나 깡패 등 악역을 비롯해 어떤 역할도 무리 없이 소화하는 탄탄한 연기력의 소유자다.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뚜렷한 존재감으로 무대와 스크린,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하며 맡는 배역마다 ‘믿고 보는 배우’, ‘명품 연기력’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닌다. 영화 <황해>, <화차> 등으로 제48회 대종상 영화제 남우조연상, 제20회 대한민국 문화연예대상 영화부문 남자 우수상을 수상한 배우 조성하는,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만난 연극 <전하>에서 ‘간교한 밀교자’라는 작은 배역으로 전국청소년연극대회 개인연기상을 수상하면서 연기 인생을 시작했다.

‘박이보(바냐)’의 조카이자 순박하고 성실하지만, 실패한 짝사랑과 외모 콤플렉스를 안고 사는 ‘서은희(쏘냐)’ 역은 배우 심은경이 맡는다. 데뷔 23년 차, 단단한 연기 경력을 쌓아온 심은경은 연기를 향한 끈질긴 집념과 반듯한 연기 철학을 지닌 배우로 유명하다. 영화 <써니>, <광해>, <수상한 그녀> 등으로 스크린에서 연타석 홈런을 터트리며 작품성과 흥행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천만 관객 배우’로 자리 잡기도 했다. 

일본으로 활동 반경을 넓힌 심은경 배우는 영화 <신문기자>로 2020년 한국인 최초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최근에는 영화 <여행과 나날>로 한국인 최초 일본 키네마 준보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반야 아재>는 심은경 배우의 한국 무대 첫 데뷔작이다. 잔혹한 여정으로서 우리의 삶을 인정하면서도 견디고 버텨서 살아 나가야 하는 것이 삶의 본질임을 말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담은 고전의 명대사가 배우 심은경의 육성을 타고 무대를 넘어 객석에 깊은 울림을 전할 예정이다. 

한편 밀도 높은 서사와 감각적인 미장센으로 <남자충동>, <미친키스>, <됴화만발>, <파우스트 엔딩> 등 숱한 흥행작을 만들어 온 조광화가 이번 <반야 아재>의 연출을 맡았다. 조광화 연출은 원작에 혼란스러운 시대상과 현대적 감각을 더해 스러지는 인간의 욕망과 허상을 표상하는 동시에 내밀한 인간관계에 질량을 더하고 삶의 페이소스를 드리운다. 

분열과 고독의 한국 사회에 그로테스크함을 간직하였으나 희망을 이야기하는 보드빌로, 익숙하지만 새로운 시대의 동요를 예고하고 있는 국립극단 <반야 아재>는 5월 22일부터 3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 올린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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