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파는 관광, 소비, 음식, 스포츠, 가족행사 등 평범한 일상의 장면부터 전 지구적 사회 현상에 이르기까지 현대사회의 단면을 특유의 유머와 아이러니, 강렬한 색채와 플래시로 기록해 왔다. 역사적 사건과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을 시각화해 온 전통적 다큐멘터리 사진에 위트 있는 시선과 독창적 시각 화법을 도입한 그는 현대 사진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사진은 무심히 지나칠 법한 순간들을 집요하게 포착하여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보게 하며, 현대인이 지닌 욕망, 취향, 소비와 행동 방식을 예리하게 담아낸다. 스마트폰과 SNS를 통해 일상을 끊임없이 기록하고 인증하는 오늘날의 시각문화는 전시에서 마주한 마틴 파의 작품들과 고스란히 겹쳐지며, 시각적 과시가 일상이 된 현대인들이 이미지를 소비하고 생산하는 방식을 새로운 시선으로 되돌아보게 한다.
사진미술관 전 관에서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사회를 바라보는 마틴 파의 시선과 그가 주목해 온 다양한 사회적 장면들을 따라가는 구성으로 이루어진다. 2층 1, 2 전시실에서는 마틴 파가 일상의 풍경을 통해 동시대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을 조명한다. 대표작인 <작은 세계(Small World)>, <마지막 휴양지(The Last Resort)>, <삶의 비용(The Cost of Living)> 등은 관광과 여가, 소비문화의 풍경을 통해 현대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본다.
3층 3, 4 전시실에서는 마틴 파의 관심이 사회를 기록하는 데서 나아가 이미지와 시각문화 자체를 탐구하는 작업들로 이어진다. <상식(Common Sense)>, <죽음의 셀피(Death by Selfie)>, <남한(South Korea)>, <북한(North Korea)>, <자화상(Autoportrait)> 등을 통해 소비와 국가, 문화, 자기 재현 등 동시대 시각문화의 다양한 양상을 살펴본다. 특히 <남한>과 <북한> 연작은 분단이라는 특수한 현실 속에서도 관광과 일상, 국가 이미지가 교차하는 한반도의 풍경을 마틴 파 특유의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전시의 마지막 섹션에서는 작가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 관광지와 사진관에서 촬영한 <자화상> 연작을 선보이며, 사진을 찍고 소비하는 문화의 한 구성원으로서 작가 자신을 유머러스하게 드러낸다.
전시는 ‘We Are Martin Parr’라는 제목처럼, 마틴 파의 사진이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오늘날 이미지를 생산하고 소비하며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비추고 있음을 보여준다. 관람자는 그의 사진 속에서 낯설지 않은 일상의 장면들을 마주하며, 소비문화와 이미지 문화의 한가운데 놓인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틴 파의 사진책과 다양한 출판 형식의 작업이 대거 출품된다. 90권의 사진책은 사진가를 넘어 편집자이자 출판인, 컬렉터였던 마틴 파의 또 다른 면모를 조명한다. 사진책을 단순한 작품집이 아닌 하나의 독립적인 창작 매체로 이해한 마틴 파는, 책 발행인이자 수집가, 연구자로도 활동하며 사진가의 활동 영역을 확장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희귀 초판본과 작가 서명본을 비롯해 독특하고 다양한 형태의 사진책을 감상할 수 있는 섹션을 마련하여, 그의 출판 활동과 사진문화에 대한 폭넓은 실천을 더 가까이에서 살펴보게 한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 전시는 한 작가의 회고전을 넘어 동시대 시각문화를 다시 읽고, 마틴 파의 작품을 통해 오늘날 우리의 일상과 이미지 문화를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사진작가 조명전을 통해 대중에게 꼭 소개해야 할 국내외 사진작가들과 거장을 지속적으로 조명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성우 기자